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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수집/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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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7회 작성일 2025-04-18 08:07:5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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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이 있는 국수집/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수집에 갔다
붐비는 국수집은 삼거리 슈퍼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 온 친정 오빠를 서로 만난 것 같다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을 쓸어주는 말
병실에서 온 사람도 있다
식당 일을 손 놓고 온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평상에만 마주 앉아도
마주 앉은 사람보다 먼저 더 서럽다
세상에 이런 짧은 말이 있어서
세상에 이런 깊은 말이 있어서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큰 푸조나무 아래 우리는
모처럼 평상에 마주 앉아서

-  『가재미』(문학과지성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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