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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고양이/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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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5회 작성일 2025-04-16 10:56: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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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문인수

고양이 한 마리가 멀찌감치 나타났다.
나는 고민중이었으므로 이 사막 같은 마음에
저 무슨 말인가, 통째로 들어오는 고양이. 내 앉은 쪽으로 야금야금
다가오는 고양이, 희고 누런 얼룩무늬가 계속 섞이면서
갈라지면서 저도 뭔가 골똘한 고양이, 앙다문 입이
나사로 꼭 꼭 조인 듯 야무진 고양이, 고양이는
날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간다.
내게 무슨 터널이라도 뚫려 있는 것인지
털끝 하나 건들리지 않고 통과하는 고양이,
고양이가 가로지른 산책로 중간이 한 번 툭, 끊긴다.
널 주시하던 시간이 그렇게 한 번 툭, 끊긴다. 숲의 언덕 너머로 곧장
사라지는 고양이, 제 구멍 메운 것 같다.

 - 『쉬!』(문학동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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