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해] 눈사람 반 개/문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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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반 개/문성해
골목에
뒹굴고 있는 눈사람 반 개
단호하게 쪼개진 그 속에는
뼛조각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날
퍽! 하고 쪼개진 눈사람 반 개여
하마터면 쏟아질 뻔한 피를
맘속으로만 흘려야 하는,
두개골이 쪼개지고 심장이 터지는 고통을
이 악물고
오로지 흰빛으로만 말해야 하는
저 천형!
며칠 후 그 속에서
지푸라기들이 풀려나오고
발자국과
골목이 흘러나올 때까지도
멀뚱멀뚱 보고만 앉아 있는
눈사람 반 개
어느덧
먼지를 쓰고 앉아
유일한 임무인 듯
지루하게 해체중인*
새까만 발바닥 아래
조용히 첫눈을 뜬
풀씨가 있다는 걸
그도 알까
*최승호 시인의 시 제목 '지루하게 해체중인 인생'에서 인용.
- 『자라』(창비, 2005)
골목에
뒹굴고 있는 눈사람 반 개
단호하게 쪼개진 그 속에는
뼛조각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날
퍽! 하고 쪼개진 눈사람 반 개여
하마터면 쏟아질 뻔한 피를
맘속으로만 흘려야 하는,
두개골이 쪼개지고 심장이 터지는 고통을
이 악물고
오로지 흰빛으로만 말해야 하는
저 천형!
며칠 후 그 속에서
지푸라기들이 풀려나오고
발자국과
골목이 흘러나올 때까지도
멀뚱멀뚱 보고만 앉아 있는
눈사람 반 개
어느덧
먼지를 쓰고 앉아
유일한 임무인 듯
지루하게 해체중인*
새까만 발바닥 아래
조용히 첫눈을 뜬
풀씨가 있다는 걸
그도 알까
*최승호 시인의 시 제목 '지루하게 해체중인 인생'에서 인용.
- 『자라』(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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