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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해] 우동 한 그릇/문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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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7회 작성일 2025-04-14 15:36: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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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문성해

이른 아침 분식집에서
우동을 먹고 있는 아낙

큰 보따리 속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구겨진 몸 속으로
뜨신 면발을 쓸어넣는다

저 김 오른 한 그릇
탕(湯) 속에서
여자는 언 두 발을 뻗었나보다
잔뜩 독 오른 몸을 녹였나보다

밤새 꾸들꾸들 굳어가던 면발은
여자의 뜨신 내장 속에서
이제사 맘껏 불어터지겠구나

구겨진 튜브 같은 상반신이
점점 펴지더니
껴입은 외투에서도
뜨신 김이 피어오른다

여자가 떠난 자리
바닥난 우동 그릇 하나
무엇이라도 다 품을 듯
충만하게 비어 있다

-『자라』(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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