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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한탄강/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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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4회 작성일 2025-04-08 18:57: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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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도종환

강으로 가는 길을 묻다 그를 만났지요
손가락으로 재 너머를 가르쳐주지 않고
강나루까지 그는 동행해주었어요

저와는 다른 길을 가는 그가
가끔씩 모랫길을 함께 가주는 것이 제겐 기쁨이었고
그의 어깨 뒤로 펼쳐진 산은 얼마나 믿음직했는지요

그와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사랑이 내 안에서 내 몸보다 더 커진 것을 안 뒤였어요
어느새 그가 한척의 배 되어 날 싣고 건너는 걸 안 뒤였어요

그가 가야 하는 길에 그를 홀로 남겨두고
뒤돌아오는 날은 마파람이 몹시도 불었는데
가슴 가운데를 바늘로 뜨는 듯했어요

바람 부는 날이면 강나루에 서성이다 돌아가는 그를
나도 노을 물든 강 이쪽에서 몰래 바라보다 가곤 했는데요
그런 날이면 못다 핀 꽃들이 소리 없이 지곤 했wl요

바람 부는 강가에 그가 쏟는 못다한 노래와
그가 가고 난 뒤 옷고름을 적시며 떨어진 소리 없는 눈물이
얼마나 많은 세월 이 강물과 함께 흐르고 흘러 갈런지요

- 『부드러운 직선』(창작과비평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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