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우] 저수지의 개들/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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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의 개들/남진우
비 내리는 밤
저수지 밑에서 개들이 짖는다
흙탕물 위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울음소리
긴 혀를 늘어뜨리고
두 눈에 푸른 불을 켠 개들이
발톱으로 서로의 목줄기를 찢으며 짖어댄다
짖어댄다 소용돌이치는 저수지 밑
진흙탕을 달리며
일찍이 지상에서 쓸려나가
저 어두운 물속에 갇힌 온갖 소리들이
물길과 물결사이
허연 잇자국을 드러내며 거품을 뿜어낸다
물에 불은 주검들이 둥둥 떠다니는 수면 위
부우연 숲 그림자를 흔들며 번져가는 울음소리
밧줄을 내려주어도 저들은 올라오지 못한다
오직 짙은 어둠에 몸을 숨기고 짖어댈 뿐
일렁이는 수초 사이에서 뒤엉켜 싸우면서
저들은 밤새 금 간 제방을 물어뜯는다
우리가 버린 말
우리가 욕하고 더럽히고 깨트린 말들이
폭풍우 치는 밤
저렇게 어두운 물 밑에서 하염없이 짖어대고 있다
- 시집,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2006 문학과지성사)
비 내리는 밤
저수지 밑에서 개들이 짖는다
흙탕물 위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울음소리
긴 혀를 늘어뜨리고
두 눈에 푸른 불을 켠 개들이
발톱으로 서로의 목줄기를 찢으며 짖어댄다
짖어댄다 소용돌이치는 저수지 밑
진흙탕을 달리며
일찍이 지상에서 쓸려나가
저 어두운 물속에 갇힌 온갖 소리들이
물길과 물결사이
허연 잇자국을 드러내며 거품을 뿜어낸다
물에 불은 주검들이 둥둥 떠다니는 수면 위
부우연 숲 그림자를 흔들며 번져가는 울음소리
밧줄을 내려주어도 저들은 올라오지 못한다
오직 짙은 어둠에 몸을 숨기고 짖어댈 뿐
일렁이는 수초 사이에서 뒤엉켜 싸우면서
저들은 밤새 금 간 제방을 물어뜯는다
우리가 버린 말
우리가 욕하고 더럽히고 깨트린 말들이
폭풍우 치는 밤
저렇게 어두운 물 밑에서 하염없이 짖어대고 있다
- 시집,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2006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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