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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지상의 양식/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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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17회 작성일 2025-03-25 19:42:3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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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남진우

낯선 바람
서녘에서 불어오고
집 없는 나 텅빈 네거리에 서서
너를 찾는다

바다가 밀려와 땅을 뒤덮어도
붉은 꽃들 사방에서 피어나 손짓하니
징역의 시절들
어지러운 꿈자리에 시달리던 밤은 끝났다

어디에 있나
상처에 소금을 뿌리며
날 선 돌멩이 들어 나를 찍던 사람은
어질머리 흔들어도 푸르름 변치 않고
손가락 끝을 아무리 깨물어도
새는 울지 않고

나 아프고 괴로우니
탁발승처럼 맨발로 먼 길 걷고 걸어
너 사는 집 앞에 벌 받는 자세로 서 있어도
그 누구 하나 아는 체하지 않는다

눈먼 바람은 여전히 서녘에서 불어오고
붉은 꽃들 사정없이 피어나 나를 쫓아와도
나 외롭고 슬프니

내가 지상에 토하고 가는 한 모금의 피
내가 하늘 아래 남기고 가는 한 줌의 살
먹고 마시라
이 시절 다 가기 전에
긴 가뭄 큰물이 번갈아 찾아오리니

너 찾아가는 길
세상은 어느덧 저물어간다

- 세계의문학, 2005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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