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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그 새벽나라로/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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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99회 작성일 2025-03-25 19:30: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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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벽나라로/남진우                                       

물 속에서 한줄기 빛이
솟아오른다 조용히 피어나는 연꽃
봉오리를 열고 알몸의 여인이 풀려나온다
하반신은 아직 짙은 어둠과 꿀에
묻힌 채 기인 허리가 두 팔이
서서히 풀려나온다
 
지평선 너머로 퍼져나가는
푸른 꽃향기 종달새들이 지저귀는 하늘엔
서늘한 바람 잎사귀를 물고 여인은
대기 위로 떠오른다 반짝이는 젖가슴을 타고
흘러내리는 빛의 물방울들
 
깊은 숲 저 멀리서
그녀를 부르는 메아리들 부드러이
물결치는 머리칼 속으로 스며들고 여인은
반쯤 갈라진 석류에 입술을 대고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보석 목걸이처럼 허공 가득
흩어지는 석류알들 저마다 이슬방울이 되어
그녀 살결에 맺히고 그녀는 꽃가루를 뿌리며
더 높이 솟아오른다
 
이 너무에서 저 나무로
들리지 않는 속삭임이 번져간다
차츰 엷어지는 안개 속에 양떼를 몰고가는
목동들의 노래소리 숲을 흔드는
사냥꾼의 뿔피리 소리
 
빛의 중심으로부터 투명한
손 하나가 그녀를 들어올린다 갈라진
구름 사이로 푸르게 열리는 하늘 그 둥근
꽃봉오리 속으로 그녀는 사라진다 손을
흔들며 태양이 지상을 향해
첫 활시위를 당기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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