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큰 스님/허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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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스님/허형만
살다 살다 난생 처음
큰스님이 부르시더니 점심을 사주셨다
점심을 잘 먹고 절을 하고 나오니
이번에는 양주 한 병을 손에 들려주셨다
고이고이 가슴에 품고 다시 산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양주를 터서
한 잔 홀짝 했다
시 잘 써라, 그러신 줄 알고
또 한 잔 홀짝 했다
시 잘 써야 하느니, 그러신 줄 알고
연거푸 홀짝 홀짝 했다
혼자서 마시는 술이지만 마냥 옹골졌다
그렇게 한참을 홀짝 홀짝 하다보니
술병은 거의 바닥나고
깊은 산속으로 안개 자욱이 깔리고 있었다
"야, 시가 별 거냐
하루는 풀벌레로 울고
하루는 풀꽃으로 웃으면 됐지"*
저 안개 속에서
큰스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 큰스님 조오현 시인의 시
- 허형만,『그늘이라는 말 』(시안, 2010)
살다 살다 난생 처음
큰스님이 부르시더니 점심을 사주셨다
점심을 잘 먹고 절을 하고 나오니
이번에는 양주 한 병을 손에 들려주셨다
고이고이 가슴에 품고 다시 산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양주를 터서
한 잔 홀짝 했다
시 잘 써라, 그러신 줄 알고
또 한 잔 홀짝 했다
시 잘 써야 하느니, 그러신 줄 알고
연거푸 홀짝 홀짝 했다
혼자서 마시는 술이지만 마냥 옹골졌다
그렇게 한참을 홀짝 홀짝 하다보니
술병은 거의 바닥나고
깊은 산속으로 안개 자욱이 깔리고 있었다
"야, 시가 별 거냐
하루는 풀벌레로 울고
하루는 풀꽃으로 웃으면 됐지"*
저 안개 속에서
큰스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 큰스님 조오현 시인의 시
- 허형만,『그늘이라는 말 』(시안,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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