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낙타/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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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한승원
- 도선사 가는 길 20
살아가는 일 모두가 비지땀을 흘리지 않으면 안되는 중노동이었다
돈황의 모래산 밑에서 내가 중국돈 10원 주고 탄 낙타
고개를 외틀어 나를 노려보며 소리친다
잘 보아라 내가 네 전생의 모습이다
그날 밤 꿈에 나는 낙타가 되어 있었고
전날 내가 탄 그 낙타는 사람이 되어 낙타인 나를 타고 있었다
내가 탄 그 낙타
그 모래밭에 그냥 두고 왔는데
내 서재에 낙타 한 마리
부지런히 땀 뻘뻘 흘리며 사람들을 실어나르곤 한다
모래산을 타넘는다
그 낙타 고삐 끊고 연꽃바다로 도망가려고 발버둥치지만
그 바다는 멀고 먼 사막 모래산들 저쪽에 있고
꿈에 태우고 모래산 넘었던 그 낙타
이 새끼들아, 다음 생에서 너희들은 다시 나같이 될 것이다 하고
울부짖으며 오늘도
사람들을 싣고 불볕 사막을 건너간다.
- 『사랑은 늘 혼자 깨어 있게 하고』(문학과지성사, 1995)
- 도선사 가는 길 20
살아가는 일 모두가 비지땀을 흘리지 않으면 안되는 중노동이었다
돈황의 모래산 밑에서 내가 중국돈 10원 주고 탄 낙타
고개를 외틀어 나를 노려보며 소리친다
잘 보아라 내가 네 전생의 모습이다
그날 밤 꿈에 나는 낙타가 되어 있었고
전날 내가 탄 그 낙타는 사람이 되어 낙타인 나를 타고 있었다
내가 탄 그 낙타
그 모래밭에 그냥 두고 왔는데
내 서재에 낙타 한 마리
부지런히 땀 뻘뻘 흘리며 사람들을 실어나르곤 한다
모래산을 타넘는다
그 낙타 고삐 끊고 연꽃바다로 도망가려고 발버둥치지만
그 바다는 멀고 먼 사막 모래산들 저쪽에 있고
꿈에 태우고 모래산 넘었던 그 낙타
이 새끼들아, 다음 생에서 너희들은 다시 나같이 될 것이다 하고
울부짖으며 오늘도
사람들을 싣고 불볕 사막을 건너간다.
- 『사랑은 늘 혼자 깨어 있게 하고』(문학과지성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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