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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순례] 군북에 가다/함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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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회 작성일 2025-04-20 15:31: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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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북에 가다/함순례

 돌담도 묻고 돌담 뒤 숨어 엿보던 눈썹도 묻고 눈다래끼 사간 진이와 멱 감던 개울도 묻고 버들치처럼 여간만 손에 잡히지 않던 고놈, 시뻘건 첫사랑마저 묻은, 물의 살 속, 병풍바위 얼굴에 떨어진 햇살이 붉다 물길 따라 시루떡처럼 포개진 바위너설 오르자니 자꾸만 헛발질이다 벼랑을 타고 앉은 굴참나무 짓궂은 발길질로 낙엽들 물 속으로 밀어 넣는다 미끄러진 발바닥이 쿡쿡 쑤셔온다

갈면 갈수록 몸 패이는 숫돌 같은 고향
그만 이 길 접어야 하리 가거라, 그래 깊이 깊이 잠기거라, 물 속 마을의 두 쪽 불알, 병풍바위여

- 『뜨거운 발』(애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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