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순례] 혹시나/함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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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함순례
마흔 지나자 손님이 찾아왔다
위아래 나란히 혹이 생겼다
본래 악한 녀석들은 아니라 하니
잘 모시고 잘 사귀어보기로 했다
손님들도 때로는 기침 큼큼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유방 한쪽이 찌르르-
예리한 날에 찔린 듯 아파온다거나
종종 허리가 시큰 아랫배가 묵직해지곤 했다
내 안에 무언가 돋아나 단단해지고 있다는 거
미처 소화해내지 못한 내생의 환幻들이다
다른 세상과 눈 맞출 궁리나 하면서
새끼 치고 싶은 욕망에 들끓는 짐승처럼
사십여 년 내리 굴려온 몸이
이제 나를 부리고 가겠다는 신호
혹시나, 우주 너머
잃어버린 나에게 건너가는 환지통은 아닐까
꾀병과 엄살을 섞어 시시로 날 주저앉힐 때마다
갓 태어난 아가 어르듯
행동거지 조심해졌다 말투 더욱 겸손해졌다
멀리 계신 엄마에게 전화하는 날 많아졌다
- 『혹시나』(도서출판 삶창, 2013)
마흔 지나자 손님이 찾아왔다
위아래 나란히 혹이 생겼다
본래 악한 녀석들은 아니라 하니
잘 모시고 잘 사귀어보기로 했다
손님들도 때로는 기침 큼큼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유방 한쪽이 찌르르-
예리한 날에 찔린 듯 아파온다거나
종종 허리가 시큰 아랫배가 묵직해지곤 했다
내 안에 무언가 돋아나 단단해지고 있다는 거
미처 소화해내지 못한 내생의 환幻들이다
다른 세상과 눈 맞출 궁리나 하면서
새끼 치고 싶은 욕망에 들끓는 짐승처럼
사십여 년 내리 굴려온 몸이
이제 나를 부리고 가겠다는 신호
혹시나, 우주 너머
잃어버린 나에게 건너가는 환지통은 아닐까
꾀병과 엄살을 섞어 시시로 날 주저앉힐 때마다
갓 태어난 아가 어르듯
행동거지 조심해졌다 말투 더욱 겸손해졌다
멀리 계신 엄마에게 전화하는 날 많아졌다
- 『혹시나』(도서출판 삶창,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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