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허수아비/황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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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황지우
- 옷걸이
장판 바닥에 떨어진 담뱃재를 침 묻힌 손끝으로
집어올리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 조심해야겠다고
속으로 경계심부터 품었던 일
구긴 破紙를 휴지통에 롱 슛, 그 결과로 곧 닥칠
일을 占치던 버릇
지하철 마지막 계단의 홀·짝수에 연연하던 것
신문에 난 의학 상식 정도로 스스로 重病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가던 겁
속이 미싱미싱할 때 손가락을 넣어 토해버리듯
요즘 나는 넘어올 것 같은 예감들을 미리
게워버린다
시를 쓰다가도 나도 모르게 나오는 불길한 예시는
지운다, 부음란도 이제 덤덤히 읽는다
이 모든 게, 좀 엉뚱하긴 하지만,
내 마음속 애인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마음들에게 시집가고 없는 탓일 게다
추근덕거리는 개에게, '저리 가'라고 한 것 외엔
종일 한마디도 않고 지나가는 날이 있다
짚으로 싼 木人,
누군가 내 등뒤에 서 있는 것 같아
휙 돌아보았더니
내 모자, 내 웃옷, 내 바지를 입은 옷걸이였다
왜 罪지은 것처럼 그리 놀랐을꼬
내 옷을 입고 있던 그 者, 어디로 갔을꼬
- 『게 눈 속의 연꽃』(문학과지성사, 1998)
- 옷걸이
장판 바닥에 떨어진 담뱃재를 침 묻힌 손끝으로
집어올리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 조심해야겠다고
속으로 경계심부터 품었던 일
구긴 破紙를 휴지통에 롱 슛, 그 결과로 곧 닥칠
일을 占치던 버릇
지하철 마지막 계단의 홀·짝수에 연연하던 것
신문에 난 의학 상식 정도로 스스로 重病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가던 겁
속이 미싱미싱할 때 손가락을 넣어 토해버리듯
요즘 나는 넘어올 것 같은 예감들을 미리
게워버린다
시를 쓰다가도 나도 모르게 나오는 불길한 예시는
지운다, 부음란도 이제 덤덤히 읽는다
이 모든 게, 좀 엉뚱하긴 하지만,
내 마음속 애인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마음들에게 시집가고 없는 탓일 게다
추근덕거리는 개에게, '저리 가'라고 한 것 외엔
종일 한마디도 않고 지나가는 날이 있다
짚으로 싼 木人,
누군가 내 등뒤에 서 있는 것 같아
휙 돌아보았더니
내 모자, 내 웃옷, 내 바지를 입은 옷걸이였다
왜 罪지은 것처럼 그리 놀랐을꼬
내 옷을 입고 있던 그 者, 어디로 갔을꼬
- 『게 눈 속의 연꽃』(문학과지성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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