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황규관 ​ > 하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762
어제
667
최대
3,544
전체
297,648
  • H
  • HOME

 

[황규관] 새해 아침에/황규관 ​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20회 작성일 2025-04-16 08:19:53 댓글 0

본문

새해 아침에/황규관

이런 날에는 밝은 덕담을 나누며
이뤄야 할 것과
가져야 할 것과
빛이 나는 것을 한 아름
안겨줘야 하는 걸 잘 안다
부디 이런 날에는 복을 가까이 앉히고
피해야 할 것과
잊어야 할 것과
어두컴컴한 것은 한 묶음
문밖 모르는 이야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오래 들어왔다
창밖 마른 가지를 보며
곧 다가올 봄과
끝나지 않은 목숨과
찬바람을 한 아름 받아들여
마음을 밝혀야 하는 까닭도
어젯밤을 세워 새겼으나
어느새 고난에 익숙해진 나는,
복과 성공과 빛남을 모르겠다
뼈저린 시간과 타락과 오류가 남긴 흉터만
변함없이 끓고 있다
좀 더 가야 할 참극만 남아 있다
오, 신음 같은 사랑이 울먹이고 있다

-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실천문학사, 201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