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얼음 호수/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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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호수/ 최영철
한뎃잠을 자는 것들에게는
두꺼운 얼음이 때로 방한복이다
못 가득 바람 한 점 못 들어오게 두툼한 방한복을 껴입기까지
물고기는 물벌레를 먹고
물벌레는 물고기의 배설물을 받아먹었다
저토록 두꺼운 옷을 짜 입기까지
못 안의 것들은 수면을 간지럽히는 햇살을 마다하고
바닥에서 뽑아낸 서늘한 실로
쉴새없이 수면을 수놓고 있었다
한겨울 난전에 좌판 벌이는 노점상에게는
일찍부터 휘몰아친 칼바람이 추임새였다
줄줄이 딸린 식솔들의 배고픈 손이 후끈한 보약이었다
처음에는 손발이 차고 턱이 얼어붙어
무엇을 사라고 외치는 소리
몇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앉았으나
소한 넘기고 대한 가까워 오자
팔뚝을 걷어붙이고 다시 일어서는 몸에서
확확 더운 김이 터져나왔다
그 더운 입김 옆에서도 못을 덮은 얼음은 녹지 않고
겨울 내내 멈추지 않았던
물고기와 물벌레의 얼음 노동 옆에서도
장사치의 손과 발은 얼어붙지 않았다.
- 『호루라기』(문학과지성사, 2006)
한뎃잠을 자는 것들에게는
두꺼운 얼음이 때로 방한복이다
못 가득 바람 한 점 못 들어오게 두툼한 방한복을 껴입기까지
물고기는 물벌레를 먹고
물벌레는 물고기의 배설물을 받아먹었다
저토록 두꺼운 옷을 짜 입기까지
못 안의 것들은 수면을 간지럽히는 햇살을 마다하고
바닥에서 뽑아낸 서늘한 실로
쉴새없이 수면을 수놓고 있었다
한겨울 난전에 좌판 벌이는 노점상에게는
일찍부터 휘몰아친 칼바람이 추임새였다
줄줄이 딸린 식솔들의 배고픈 손이 후끈한 보약이었다
처음에는 손발이 차고 턱이 얼어붙어
무엇을 사라고 외치는 소리
몇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앉았으나
소한 넘기고 대한 가까워 오자
팔뚝을 걷어붙이고 다시 일어서는 몸에서
확확 더운 김이 터져나왔다
그 더운 입김 옆에서도 못을 덮은 얼음은 녹지 않고
겨울 내내 멈추지 않았던
물고기와 물벌레의 얼음 노동 옆에서도
장사치의 손과 발은 얼어붙지 않았다.
- 『호루라기』(문학과지성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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