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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연적들/ 차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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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30회 작성일 2025-02-11 08:11:5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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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적들/ 차승호

 자식들 십시일반 건축비 모아
 고향 노인네 집수리를 해드렸다,
 어리보기 나야
 문짝 하나 달은 것밖엔 없지만
 아담하게 양철집 개보수하고
 돼지 잡아 집들이 하는 날
 세류리 슈퍼를 나온 동네 노인네 서넛
 가루비누 상자 같은 걸
 한 개씩 들고 오는 것이었다
 노인네 불알친구들 늘그막엔
 떡줄 사람 생각도 않는,
 그래서 쌍화차만 들이켜는
 양지다방 양마담 문고리들
 뭐 사올 게 있어야지, 축하 드리네
 마루 끝에 한 상자씩 놓여서
 더도 덜도 아닌 마음들
 돼지껍데기처럼 쫀득쫀득한 마음들을
 나는 무엇이라 해야 하나
 평생지기 우정이라 하면 될까
 곁에서 지켜보는 어머니도 마음 기꺼워
 해바라기처럼 웃으시는데,
 양마담 안 불렀는감, 워째 안 뵈능 거 같은디?
 어허 이 사람, 대체 양마담이 누구여?
 양지다방 간판만 질색팔색
 십 리는 돌아댕기는 사람보구
 
- 시집 『소주 한 잔』(애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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