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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 버드나무 그늘 아래/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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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8회 작성일 2025-05-27 07:55:0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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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그늘 아래/고영

생각의 깊이까지 보여 주는 연못 위에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마리
긴 편지를 써놓고 날아가고 있었네
장문의 저 마음을 읽느라
여름 땡볕도 잠시 의자에 함께 앉았네
연못 위를 지나던 실잠자리가
문장을 몇 줄 거드는 사이
의자들도 공중에 떠서 하늘을 읽기 시작했네
금방이라도 하품이 쏟아져 나올 듯
활자들이 떨어지고 있었네
더이상 쓸 것이 없는 지상을 떠나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마리 하늘 밖으로 날아가고
노인들은 무료한 시간들을 뜯고 있었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나뭇잎들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여름날
버드나무 그늘 아래

-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천년의시작,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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