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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삼촌의 죽음/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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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2회 작성일 2025-04-20 15:55: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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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의 죽음/기형도
- 겨울 版畵 4

그해엔 왜 그토록 엄청난 눈이 나리었는지, 그 겨울이 다 갈 무렵 수은주 밑으로 새파랗게 곤두박질치며 우르르 몰려가던 폭설, 그때까지 나는 사람이 왜 없어지는지 또한 왜 돌아오지 않는지 알지 못하였다. 한낮의 눈보라는 자꾸만 가난 주위로 뭉쳤지만 밤이면 공중 여기저기에 빛나는 얼음 조각들이 박혀 있었다. 어른들은 입을 벌리고 잠을 잤다. 아이들은 있는 힘 다해 높은음자리로 뛰어 올라가고 그날 밤 삼촌의 마른기침은 가장 낮은 음계로 가라앉아 다시는 악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밤을 하얗게 새우며 생철 실로폰을 두드리던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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