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 파도/김명인
페이지 정보
본문
파도/김명인
한때 질풍노도가 내 삶의
열망이었던 적이 있다.
월송정 아래 갈기 휘날리며 달려오는
달려오다 엎어지는 겨울 파도를 보면
어째서 제자리를 지키는 일이 부끄러움이며
떠밀려 부서져도 필생의 그 길인지.
어떤 파도는 왜 핏빛 노을 아래 흥건한 거품인지.
희망과 의욕을 뭉쳐놓지만 되는 일이 없는
억장 노여움이 저 파도의 막무가낼까?
한 치 앞가림도 긁어내지 못하면서
바위에 몸 부딪혀 스스로를 망가뜨리며
파도는 그래서 여한 없이 홀가분해지는 걸까?
한꺼번에 꺾어버리는 日收처럼 운명처럼.
매운 실패가 생살을 저며내는 동안에 파도는
부서진 제 조각들 시리게 끌어안는다.
다 털린 뒤에도 다시 시작하려고
시렁에 얹힌 먼지를 털어내고
비싼 일수를 찍으며 구멍가게 유리창
밖을 하루 종일 내다보지만
이제는 갈기 세워 몰고 갈 바람도 세간 속으로
들이닥칠 기력조차 쇠잔해진
한때 질풍노도가
- 『 바다의 아코디언』(문학과지성사, 2002)
한때 질풍노도가 내 삶의
열망이었던 적이 있다.
월송정 아래 갈기 휘날리며 달려오는
달려오다 엎어지는 겨울 파도를 보면
어째서 제자리를 지키는 일이 부끄러움이며
떠밀려 부서져도 필생의 그 길인지.
어떤 파도는 왜 핏빛 노을 아래 흥건한 거품인지.
희망과 의욕을 뭉쳐놓지만 되는 일이 없는
억장 노여움이 저 파도의 막무가낼까?
한 치 앞가림도 긁어내지 못하면서
바위에 몸 부딪혀 스스로를 망가뜨리며
파도는 그래서 여한 없이 홀가분해지는 걸까?
한꺼번에 꺾어버리는 日收처럼 운명처럼.
매운 실패가 생살을 저며내는 동안에 파도는
부서진 제 조각들 시리게 끌어안는다.
다 털린 뒤에도 다시 시작하려고
시렁에 얹힌 먼지를 털어내고
비싼 일수를 찍으며 구멍가게 유리창
밖을 하루 종일 내다보지만
이제는 갈기 세워 몰고 갈 바람도 세간 속으로
들이닥칠 기력조차 쇠잔해진
한때 질풍노도가
- 『 바다의 아코디언』(문학과지성사, 20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