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 동두천 3/ 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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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3/ 김명인
배밭 길 질러 철뚝을 건너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깡맥주와 소주를 섞어 마시고
마지막은 기어코 싸움이 되었다 억수같이 취해서
나는 상업과 현(玄)선생의 멱살을 잡았고
길길이 날뛰는 그의 맹꽁이 배를 걷어차면서
언제나 그보다 먼저 울었다
정말 사소함이란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만그만했던 젊은 선생들과 함께 어울려
어깨를 걸치고 나무다리를 건너오면서
바보같이 막막해서 그도 돌아보려 하지 않았을까 보산리
그 너머 질펀히 깔려 있던 캄캄한 어둠들은
떠돌아와서 먼저 자리잡아도
뿌리 없긴 마찬가지인 사람들처럼 그곳에서도 우리들은
어차피 뜨내기였다 우리가 가르쳤던 고아들과 끝까지
미운 오리새끼처럼 뙤약볕에 엎드려 있더니
왜 이(李)선생은 약을 먹었는지
새벽마다 그만큼씩만 아직도 우리에게 그녀는
손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들이 가르치던 여학생들은 더러 몸을 버려 학교를
그만두었고
소문이 나자 남학생들도 덩달아 퇴학을 맞아
지원병이 되어 군대에 갔지만
우리들은 첩첩 안개 속으로 다시 부딪혀 떠나면서
모르기 때문에 무엇이든 이 세상 것은
알려고 해선 안 된다고 믿었다
아직 우리들을 굳게 만드는 이 막막한 어둠말고 무엇을
우리들이 욕할 수 있을까
어둠조차 우리들이 벌 줄 수 있었던가
눈물일까 눈물일까 정이월 찬비 속으로
쓰러지지 못해 또다시 떠나는 우리들의 비겁함 외에는
무엇이 더 오래 남아 젖을지 정작 또 모르면서
[출처] 동두천(東豆川)1, 2, 3, 4, 5/ 김명인|작성자 변주
배밭 길 질러 철뚝을 건너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깡맥주와 소주를 섞어 마시고
마지막은 기어코 싸움이 되었다 억수같이 취해서
나는 상업과 현(玄)선생의 멱살을 잡았고
길길이 날뛰는 그의 맹꽁이 배를 걷어차면서
언제나 그보다 먼저 울었다
정말 사소함이란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만그만했던 젊은 선생들과 함께 어울려
어깨를 걸치고 나무다리를 건너오면서
바보같이 막막해서 그도 돌아보려 하지 않았을까 보산리
그 너머 질펀히 깔려 있던 캄캄한 어둠들은
떠돌아와서 먼저 자리잡아도
뿌리 없긴 마찬가지인 사람들처럼 그곳에서도 우리들은
어차피 뜨내기였다 우리가 가르쳤던 고아들과 끝까지
미운 오리새끼처럼 뙤약볕에 엎드려 있더니
왜 이(李)선생은 약을 먹었는지
새벽마다 그만큼씩만 아직도 우리에게 그녀는
손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들이 가르치던 여학생들은 더러 몸을 버려 학교를
그만두었고
소문이 나자 남학생들도 덩달아 퇴학을 맞아
지원병이 되어 군대에 갔지만
우리들은 첩첩 안개 속으로 다시 부딪혀 떠나면서
모르기 때문에 무엇이든 이 세상 것은
알려고 해선 안 된다고 믿었다
아직 우리들을 굳게 만드는 이 막막한 어둠말고 무엇을
우리들이 욕할 수 있을까
어둠조차 우리들이 벌 줄 수 있었던가
눈물일까 눈물일까 정이월 찬비 속으로
쓰러지지 못해 또다시 떠나는 우리들의 비겁함 외에는
무엇이 더 오래 남아 젖을지 정작 또 모르면서
[출처] 동두천(東豆川)1, 2, 3, 4, 5/ 김명인|작성자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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