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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동두천 2/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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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8회 작성일 2025-04-16 11:36:0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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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2/김명인

월급 만삼천 원을 받으면서 우리들은
선생이 되어 있었고
스물세 살 나는 늘
마차산 꼭대기의 허둥대는 바람 소리와
쏘리 쏘리 그렇게 미안하다며 흘러가던 물소리
하숙집 깊은 밤중만 위독해지던 시간들을
만났다 끝끝내 가르치지 못한 남학생들과
아무 것도 더 가르칠 것 없던 여학생들을

막막함은 더 깊은 곳에도 있었다 매일처럼
교무실로 전갈이 오고
담임인 내가 뛰어가면
교실은 어느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태어나서 죄가 된 고아들과
우리들이 악쓰며 매질했던 보산리 포주집의 아들들이
의자를 던지며 패싸움을 벌이고
화가 나 나는 반장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니
이빨이 부러졌고
함께 울음이 되어 넘기던 책장이여 꿈꾸던
아메리카여
무엇을 배울 것도 없고 가르칠 것도 없어서
캄캄한 교실에서 끝까지 남아 바라보던 별 하나와
무서워서 아무도 깨뜨리지 않으려던 저 깊은 침묵

오래지 않아 우리들은 뿔뿔이 흩어져 떠나왔다
함께 하숙을 한 역사과 朴선생은 여주 어딘가
농업학교로 떠나고
나도 입대하기 위하여 서울로 돌아왔지만

창밖에 서서 전송해주던 동료들도 거기서는
더 오래 머무르진 않았으리라 내릴 뿌리도 없어
세상은 조금씩 사라져갔는지 새롭게 태어났는지
날마다 눈 덮이고
그 속으로 떠나고 있는 우리들을 향해
내가 가르쳐주지 못해도 아이들은
오래 손을 흔들어주었다
남아 있어도 곧 지워졌을 그 어둠 속의 손 흔듦
나는 어느새 또다시 선생이 되어 바라보았고
- [출처] 동두천(東豆川)1, 2, 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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