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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밤의 저수지/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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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6회 작성일 2025-04-16 11:30: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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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저수지/김명인

이 저수지는 해종일
하루가 주저앉을 차례를 마련해왔다
수면 깊숙이
그늘을 벗어던지는 벚나무 가지 사이로
물들인 손이 별들을 잡아매는 때

이런 밤은 너무 많은 일가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서로의 어둠에 부어지거나 서로에게 넘치거나
아주 잠깐 쓰이려고
야윈 살별로도 일생을 거두고 가면
오만 가지 생각들 다 물속에 가라앉고
밤새 울음만 저수지의 파문으로 얼룩지는 때

먼저 온 적막과 나중 온 안개가
바꿔 앉을 차례를 잊고
밤새워 끌어안고 서롤 더듬거릴 때

- 『여행자 나무』(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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