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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이사철/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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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6회 작성일 2025-04-14 17:38:5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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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철/김명수

장마비 그친
선선한 가을철
서울에서는 또 이사철이 되네

골목마다 두세 집
새 집을 찾아
저마다 부산하게 짐을 싸는데
우리 앞집 다섯 식구 지하실 방도
어느덧 기한이 차
이사를 가네

짐이라야 변변한게 따로 있으랴
남루한 옷궤짝
이불 보퉁이
담장 곁에 죄진 듯 쌓아놓은 채
부르러 간 용달차를 기다리고 있다

지나간 일년 보증금은 올라
그나마 이곳에도 살지 못하면
어디 가서 저만한 방 다시 구하랴

크는 자식 부산하게
뛰어논다고
집을 가진 주인들이 방을 내줄까

몇 달을 벌이 없던 중년 사내는
남의 눈이 부끄러워 고개 숙이고
찌든 얼굴 아낙만 허둥대는데

한가닥 눈물겨운 아픈 정경은
부모 마음 알 리 없는
어린 것들이
철없이 기뻐하며 깝신거리네

- ​『피뢰침과 심장』(창작과비평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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