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104번지의 골목/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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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번지의 골목/김명수
꼬불꼬불하게 이어진
산비탈 언덕바지 슬레이트집들 사이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보고 방긋이 웃어주는 계집애야
아버지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어머니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하루종일 뛰어노는 계집애야
네 어머니 저 아래 난전바닥에서
쌀 한 말어치도 안되는 좌판을 벌여놓고
하루종일 먼지 속에 사는 것을 나는 안다
온종일을 배고프게 혼자 놀아도
때묻은 손 그 흔한 인형 하나 못 가지고
돌멩이 사금파리 주워 노는 계집애야
네 어머니 밤늦게 너를 찾아와도
너는 지쳐서 먼저 잠들고
네 아버지 공사장에서 밤늦게 돌아와도
너는 먼저 지쳐서 잠이 드는 아이야
삶에 지친 이 골목 가난한 어버이는
네 웃음 하나뿐인 위안으로 여기며
서러운 하루를 희망으로 산단다
하느님도 외면한 가난한 이 동네에
때묻은 얼굴의 조무래기들아
그래, 웃어주려무나
웃기라도 하려무나
너희라도 이 골목에 웃어주지 않는다면
가난한 우리 마음 얼마나 서러우랴
꼬불꼬불하게 이어진 산비탈 언덕바지
슬레이트집들 사이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방긋 웃는 계집애야
네가 웃어 우리 마음 서러운 계집애야
네가 웃어 눈시울에 눈물 어릴 계집애야
- 『피뢰침과 심장』 (창작과비평사, 1986)
꼬불꼬불하게 이어진
산비탈 언덕바지 슬레이트집들 사이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보고 방긋이 웃어주는 계집애야
아버지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어머니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하루종일 뛰어노는 계집애야
네 어머니 저 아래 난전바닥에서
쌀 한 말어치도 안되는 좌판을 벌여놓고
하루종일 먼지 속에 사는 것을 나는 안다
온종일을 배고프게 혼자 놀아도
때묻은 손 그 흔한 인형 하나 못 가지고
돌멩이 사금파리 주워 노는 계집애야
네 어머니 밤늦게 너를 찾아와도
너는 지쳐서 먼저 잠들고
네 아버지 공사장에서 밤늦게 돌아와도
너는 먼저 지쳐서 잠이 드는 아이야
삶에 지친 이 골목 가난한 어버이는
네 웃음 하나뿐인 위안으로 여기며
서러운 하루를 희망으로 산단다
하느님도 외면한 가난한 이 동네에
때묻은 얼굴의 조무래기들아
그래, 웃어주려무나
웃기라도 하려무나
너희라도 이 골목에 웃어주지 않는다면
가난한 우리 마음 얼마나 서러우랴
꼬불꼬불하게 이어진 산비탈 언덕바지
슬레이트집들 사이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방긋 웃는 계집애야
네가 웃어 우리 마음 서러운 계집애야
네가 웃어 눈시울에 눈물 어릴 계집애야
- 『피뢰침과 심장』 (창작과비평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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