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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버스를 탄 노자/김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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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8회 작성일 2025-04-14 14:07: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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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탄 노자/김수우

종점 한 구역 전에 타서
종점 한 구역 전에 내리는 청소부 김씨
급정거에도, 잠을 깨지 않습니다
하루 두 번 마흔일곱 개 정류소를 흘러가며
도심으로 스며드는

사이,
신호등과 횡단보도, 아파트와 교회, 식당과 가구점,
은행과 병원, 입구들과 출구들, 타는 사람들, 내리는
사람들, 들, 들, 들, 환한 것과 어두운 것 틈으로
숨은, 들, 들, 들

아무리 버스가 휘청거려도, 꿈쩍 않는
산등성이 김씨
여름도 겨울도 한 개 낡은 빗자루에 불과합니다
타기 전에 한두 명이 타고 있고
내리기 전에 꼭 한두 명 남아 있는, 변두리
무위로 휘돌아갑니다

청소일도 곧 떨어질 참인데
단풍이 저리 쩔쩔매는데 

- 오정환 엮음, 『텅 빈 골짝마다 서늘함이』(전망,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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