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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분홍거미/김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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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9회 작성일 2025-04-14 14:06: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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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거미/김수우

사나흘 마당을 비웠더니
헌운동화 속 거미줄 한 채
총총총 열어놓은 창문들이 보인다
창틀 하나 괴고 앉아
애기벌레 기다리는 분홍거미새끼
실바람에도 헐렁이는 부드러운 우주
이랑이랑을 따라
죽음과 삶이 치열하게 피어나는 중
태어나자마자 고독과 시간을 익혀버린
분홍거미의 값싼 주술에
걸려들고 말았는가
발바닥에 쥐가 오른다
수많은 창문들 덜컹거린다

-  『붉은 사하라』(도서출판 애지,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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