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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매미/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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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4회 작성일 2025-04-09 07:54: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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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김명인

나는 작년의 매미가
올 여름에도 그냥 울어 주는 줄 알았다
강가에 오니
강마을은 흔적 없이 사라졌는데
물 속에 반쯤 잠긴 미루나무
그 가지에 매달려 철 놓고 매미가 운다
스무 날을 울기 위하여
칠 년을 바꿔 산 오랜 穴居를 헤치고
승천하듯 깨어나 매미는
무엇에 놀란 듯 자지러지게 울어대지만
이 마을의 사라진 일생은
어느 羽化에 맞닿아 물 밑
긴 터널로 가고 있는지
댐 물은 발치에까지 밀려와 출렁거린다
저 세월 온몸으로 기지 않고서는 건너지 못한다는 것을
매미 울음으로 문득 깨닫는다
어느 여름도 공짜가 없다는 것을
철 놓친 매미가 귀 따갑게 귀 따갑게 일러준다

-  『물 건너는 사람』(세계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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