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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종] 산에 다녀왔다/고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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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6회 작성일 2025-04-08 18:49: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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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다녀왔다/고재종

유난히 연둣빛이 번지는 산에 다녀왔다
오늘 또 한 생을 묻고 돌아온 산엔
파닥이는 바람 소리 아플 때까지
산벚꽃 펄펄 날렸다

집 없으면 거지요
걸릴 것 없으면 스님이라던가
집도 절도 없이 寒酸한 마음의 한산은
날리는 산벚꽃 낱낱으로
반짝거렸다

수십여 년 길을 물었으니
너럭바위에 꽃 피고 지길 몇 번이던가
누구나 항복하기 전에 이미
연둣빛에 들키고 지는 꽃잎에 잡히지만

서럽고 애달픈
어머니 울음 같은 것들의 내력을 건너
꽃으로도 꽃 피지 않고
잎으로도 잎 지지 않을 일의
도모이거니

유난히 연둣빛이 한창인 산에 다녀왔다
한 길을 묵묵히 보내고
또 한 생을 받고 돌아오는 일은
늘 외롭고 장엄한 일이었다

-  『꽃의 권력』 (문학수첩,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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