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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종] 세한도/고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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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03회 작성일 2025-02-23 12:41: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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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고재종

날로 기우듬해 가는 마을 회관 옆
​청솔 한 그루 꼿꼿이 서 있다.
 
한때는 앰프 방송 하나로
집집의 새앙쥐까지 깨우던 회관 옆,
그 둥치의 터지고 갈라진 아픔으로
푸른 눈 더욱 못 감는다.
 
그 회관 들창 거덜 내는 댓바람 때마다
청솔은 또 한바탕 노엽게 운다.
거기 술만 취하면 앰프를 켜고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이장님과 함께.
 
생산도 새마을도 다 끊긴 궁벽, 그러나
저기 난장 난 비닐하우스를 일으키다
그 청솔 바라보는 몇몇들 보아라.
 
그때마다, 삭바람마저 빗질하여
서러움조차 잘 걸러 내어
푸른 숨결을 풀어내는 청솔 보아라.
 
나는 희망의 노예는 아니거니와
까막까치 얼어 죽는 이 아침에도
저 동녘에선 꼭두서니  빛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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