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좋으면/​김해자 > ㄱ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752
어제
667
최대
3,544
전체
297,638
  • H
  • HOME

 

[김해자] 니가 좋으면/​김해자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42회 작성일 2025-04-06 20:31:19 댓글 0

본문

니가 좋으면/​김해자

가끔 찾아와 물들이는 말이 있다
두레박 만난 우물처럼 빙그레 퍼져나가는 말
전생만큼이나 아득한 옛날 푸른 이파리 위에
붉은 돌 찧어 뿌리고 토끼풀꽃 몇 송이 얹어
머스마가 공손히 차려준 손바닥만한 돌 밥상 앞에서
이뻐, 맛있어, 좋아,
안 먹고도 냠냠 먹던 소꿉장난처럼
덜 자란 풀꽃 붉게 물들이던 말
덩달아 사금파리도 반짝 빛나게 하던
니가 좋으면 나도 좋아,
말한 게 다인 말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말
나만 얻어먹고 되돌려주지 못한
니가 좋으며 나도 좋아,
붉은 돌에 오소록 새겨진

- 김해자,『집에 가자』(도서출판 삶창, 20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