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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벌집 속의 달마/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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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9회 작성일 2025-04-06 16:38: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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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속의 달마/김선우

불영산 수도암에 갔다가
비로자나 부처님과 한바탕 엉겼네
신랏적 부처들은 왜 그리 섹시하냐고
슬쩍 농을 건넸더니 반개한 두 눈 스르르 뜨시네
'실라'라는 발음은 로맨틱해요
허리춤을 간질였더니 예끼, 손을 저으시네
천년 예술의 균형미 따위
선화공주와 서동방은 아랑곳 않을걸요
아사달 아사녀의 달아오른 눈빛이
부럽지 않았나요 허허, 웃는 비로자나 부처님
아름다운 귓불이 벌게지셨네
色卽是空을 설한 부처의 몸을 빌려
관능을 조각한 석공의 번뇌……
법당 앞 고즈넉이 서 있는 삼층석탑
금 간 탑신 아래 주먹만 한 벌집이 매달려 있었네
천년 세월 돌꽃은 피고 지고
벌집 속으로 무상하게 드나드는 달마들
선남선녀 옷자락이 하염없이 스쳐가네

이 뭣꼬!
부처를 범했더니 거기 내가 있네

- 김선우,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창작과비평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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