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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자] 어떤 시인/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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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61회 작성일 2025-04-02 16:58:3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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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인/김해자​

​그가 시를 몰랐더라면
이 한새벽에 전화줄 붙잡고 울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랑하지만 않았더라도 사랑하고도
시를 업으로 삼지만 않았더라면
사랑하고 사랑했어도 함께 살지 못하는 여자
눈물로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토록 가난하지만 않았더라도
이 세상 꽃구경 나왔을지 모를, 이미 지워져버린
아이와 함께 꽃그늘 아래서 노래하다
곱게 자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 속절없이 저당잡힌 그는
할 줄 아는 게 시밖에 없어 시를 쓴다
쓸수록 가난해지는 게 시라서
시의 집에서 시를 먹고 시를 마시고
아프게 울다 토해낼 게 없어
홀로 시를 토한다

- 김해자,『축제』(도서출판 애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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