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호] 씨앗이 되기까지/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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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이 되기까지/길상호
겨울은 그렇게 견디는 거야, 대청마루 낡은 거미줄과 함께 오래 매달려 있는
옥수수처럼 하고 싶은 말 있어도 입 꽉 다물고 있는 거야, 장독대 단지의 볍씨처럼
지독한 어둠 속에 갇혀 보기도 하는 거야, 몸속에 생명 하나 품기 위해선 모든 껍질을
바짝 말려야 하지, 네 몸 속에 지니고 있던 것들 하나씩 허공으로 날려 보내면
한층 너의 눈은 맑아질 거야, 조용히 눈감고 떠올려 보렴, 지난 봄 어둠 열어 주던
빗소리부터 가을 머리 위에서 춤추던 잠자리까지, 그 날개마다 빛나던 햇볕까지 말이야,
눈물로 씻어 낸 눈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모든 걸 볼 수 있었겠어, 설마 지금도 들녘에
남겨 두고 온 뿌리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래, 뿌리는 어둠 헤매던 꿈 모두 길어
올리고 땅 속에 영원히 잠자리를 잡은 거야, 그 휴식은 이제 흔들어 깨울 필요가 없지,
모든 상념 버리고 기다리는 거야, 그래, 그렇게 씨앗이 되는 거지,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더 참으면…
겨울은 그렇게 견디는 거야, 대청마루 낡은 거미줄과 함께 오래 매달려 있는
옥수수처럼 하고 싶은 말 있어도 입 꽉 다물고 있는 거야, 장독대 단지의 볍씨처럼
지독한 어둠 속에 갇혀 보기도 하는 거야, 몸속에 생명 하나 품기 위해선 모든 껍질을
바짝 말려야 하지, 네 몸 속에 지니고 있던 것들 하나씩 허공으로 날려 보내면
한층 너의 눈은 맑아질 거야, 조용히 눈감고 떠올려 보렴, 지난 봄 어둠 열어 주던
빗소리부터 가을 머리 위에서 춤추던 잠자리까지, 그 날개마다 빛나던 햇볕까지 말이야,
눈물로 씻어 낸 눈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모든 걸 볼 수 있었겠어, 설마 지금도 들녘에
남겨 두고 온 뿌리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래, 뿌리는 어둠 헤매던 꿈 모두 길어
올리고 땅 속에 영원히 잠자리를 잡은 거야, 그 휴식은 이제 흔들어 깨울 필요가 없지,
모든 상념 버리고 기다리는 거야, 그래, 그렇게 씨앗이 되는 거지,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더 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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