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호] 나무의 결을 더듬다/길상호
페이지 정보
본문
나무의 결을 더듬다/길상호
그녀가 쓰던 나무주걱을 꺼낼 때
나는 지나온 길과 만나게 된다
나무의 결을 따라 깊이 새겨 있는
발자국, 그 소리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나를 축축하게 적시는 여자,
돌아오지 않는 사내를 마음에 묻고
그을음 어두운 부엌에 혼자 서서
뚝뚝 수제비 반죽을 떼 내고 있다
주걱 위에 올려진 새하얀 반죽이
손가락 끝에서 잘려 나갈 때
거칠게 일어나곤 하던 나무의 결들
얼마나 많은 세월을 주걱 위에서
그녀 지워 버렸을까, 끓는 가슴에
하나 둘 응어리로 떠올랐을 얼굴
휘휘 저으며 익혀내고 있던 것일까
이제 다시 주걱의 결을 더듬어 보니
그녀 옹이로 단단하게 박혀 있다
결은 옹이 쪽으로 부드럽게 휘어
더 촘촘하게 파장을 그린다
그 상처를 쉽게 지나칠 수 없어
오래 서성이다 흘러가는 것이다
나무의 결을 더듬어 가며 나는
아궁이의 불처럼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녀가 쓰던 나무주걱을 꺼낼 때
나는 지나온 길과 만나게 된다
나무의 결을 따라 깊이 새겨 있는
발자국, 그 소리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나를 축축하게 적시는 여자,
돌아오지 않는 사내를 마음에 묻고
그을음 어두운 부엌에 혼자 서서
뚝뚝 수제비 반죽을 떼 내고 있다
주걱 위에 올려진 새하얀 반죽이
손가락 끝에서 잘려 나갈 때
거칠게 일어나곤 하던 나무의 결들
얼마나 많은 세월을 주걱 위에서
그녀 지워 버렸을까, 끓는 가슴에
하나 둘 응어리로 떠올랐을 얼굴
휘휘 저으며 익혀내고 있던 것일까
이제 다시 주걱의 결을 더듬어 보니
그녀 옹이로 단단하게 박혀 있다
결은 옹이 쪽으로 부드럽게 휘어
더 촘촘하게 파장을 그린다
그 상처를 쉽게 지나칠 수 없어
오래 서성이다 흘러가는 것이다
나무의 결을 더듬어 가며 나는
아궁이의 불처럼 뜨겁게 달아오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