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의 표정/길상호 > ㄱ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471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218
  • H
  • HOME

 

[길상호] 멸치의 표정/길상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413회 작성일 2025-03-09 13:22:39 댓글 0

본문

멸치의 표정/길상호

냉동실을 여는 순간
봉인된 채 몸이 굳은 한 무리의 시체들,
내가 보아온 사람들의 어떤 죽음 보다
더 아픈 얼굴로 무장한 멸치들,
염이라도 해줘야 풀릴 것 같은
표정을 하나씩 손바닥에 올려 놓는다
눈두덩보다 튀어나온 눈들이 모두 하얗다
시력을 잃고서야 비로서 어둠이 걷힌 눈,
저 눈이 바라보는 건
과거일까 미래일까
펄펄 끓는 가마솥을 마지막으로
저승으로 헤엄쳐 도망갔으니 너의 생은
뜨거웠을까 차가웠을까
몸 속 가시마다 어내 대잡을 찾아보아도
너의 죽음은 죽음보다 뻣뻣하다
 
다시 물로 끓여야
몸에 숨겨둔 말 우려낼 것인가
늘 죽음이 궁금한 나는
멸치의 표정을 하나씩 떼어
신문지 위에 한 무더기 무덤을 만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