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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붉게 익은 뼈/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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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94회 작성일 2025-03-09 12:56:0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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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익은 뼈/길상호

당신 무릉도원에서 온 사람,
잠시 복숭아 꽃잎 열고 나왔다가
비로 져버린 꽃잎 문도 못 찾고
언제나 마음 젖어 해매는 사람,
이제 늘어진 주름과
물러터진 깊은 상처도
당신 몸에 피어나는 꽃이라고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사람,
바람을 타고 다니며
꽃이 있던 허공을 두드리다가
스스로 바닥에 져버릴 사람,
그래도 아직 걸을 수 있다고
발목에 심어둔 복숭아 씨앗
단단하게 키우며
땅에 묻히면 그대로
한 그루 붉은 꽃이 될 사람

- 시집 《모르는 척》 (천년의시작,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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