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호] 천일장에 묵다/길상호
페이지 정보
본문
천일장에 묵다/길상호
폐장 시간을 넘긴 후 꽃들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한택 식물원, 노을도 붉은 꽃으로 피더니 지고
닫혀 있는 꽃잎 앞에서 날갯짓을 접어야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시간의 길로 백암에서 어두워져 돌아와
밤이슬 피하려 들어선 천일장 여관,
누런 이파리처럼 낡은 방에 날개 뉘었습니다
담뱃불에 구멍난 꽃무늬들이 빈 가슴으로 들어와
거기 매운 연기 호호 불어 불을 지피고
너무 뜨거워져 찬물에 벌건 몸을 식히는 밤
어쩌자고 혼자 여기까지 날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잠들면 천일 동안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나비가 되어 잠이 들면 다시 사람으로 깨어날까
사람으로 잠이 들면 훨훨 나비로 깨어날까
천일의 잠을 잘 때 누군가 나를 두드려 주세요
사랑의 열기와 냉기 사이 담금질되어 단단한 몸을
있는 힘껏 쇠망치로 내려치세요 그래야 저기
부드러운 날개로 꽃들의 집 갈 수 있으니까요
무릎 꿇고서도 일어나면 꽃들 다 질 것 같아
쉽게 꿈으로 가는 길 밟지 못했습니다
바람도 멈춘 천일장에서 나만 혼자 바람이 되어
이러저리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폐장 시간을 넘긴 후 꽃들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한택 식물원, 노을도 붉은 꽃으로 피더니 지고
닫혀 있는 꽃잎 앞에서 날갯짓을 접어야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시간의 길로 백암에서 어두워져 돌아와
밤이슬 피하려 들어선 천일장 여관,
누런 이파리처럼 낡은 방에 날개 뉘었습니다
담뱃불에 구멍난 꽃무늬들이 빈 가슴으로 들어와
거기 매운 연기 호호 불어 불을 지피고
너무 뜨거워져 찬물에 벌건 몸을 식히는 밤
어쩌자고 혼자 여기까지 날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잠들면 천일 동안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나비가 되어 잠이 들면 다시 사람으로 깨어날까
사람으로 잠이 들면 훨훨 나비로 깨어날까
천일의 잠을 잘 때 누군가 나를 두드려 주세요
사랑의 열기와 냉기 사이 담금질되어 단단한 몸을
있는 힘껏 쇠망치로 내려치세요 그래야 저기
부드러운 날개로 꽃들의 집 갈 수 있으니까요
무릎 꿇고서도 일어나면 꽃들 다 질 것 같아
쉽게 꿈으로 가는 길 밟지 못했습니다
바람도 멈춘 천일장에서 나만 혼자 바람이 되어
이러저리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