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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식] 엄마는 출장 중/김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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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11회 작성일 2025-01-07 18:08: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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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출장 중/김중식

또 석 달가량 집을 비우신단다

산 사람 목에 거미줄 치란 법은 없는 모양이군, 나는 생각했다

집 앞이 집 앞이니만큼

질펀한 데서 허부적거리다가 저녁에 들어오니

그저께 밥상보 위의 흰 종이

머리라도 자주 빗어 넘기고

술 한 잔도 두세 번에 나누어 마시거라

엄마 씀.

잠은 좀 집에서 자고

아무리 이래도 저래도

한세상 한평생이라는 각오를 했지만

내 삶이 점차 생활 앞에서 무릎 꿇고 있다

한량 생활도 사는 건 사는 건데 이건 아닌 것 같고

치욕 없이 밥벌이할 수 있으리오마는 나는 이제 밥벌이 앞에서

性 고문이라도 당할 용의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밥상 앞에서

먹고사는 일처럼

끊을 수 있는 인연이 따로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감기 들면 몸살을 앓으시는 어머니

아! 한가하면 딴생각 드는 법

또 석 달가량 나는 자유다, 라고 외치자꾸나, 내 젊음에 후회는 없다, 라고

그런데 냉장고에 양념된 돼지 불고기가 있어서 그만

엄마, 소리만 새어 나왔다

 

​_《황금빛 모서리》(김중식, 문학과 지성, 1993)
[출처] [보록] 617 김중식 - 엄마는 출장 중|작성자 김동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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