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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이제니가사람된다/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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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89회 작성일 2025-02-05 10:25:4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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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니가사람된다/김민정
                          - 곡두 10​

 살아가는 사람이 먼저일까, 죽어 있는 사람이 먼저일까. 시는 나일까, 내가 시일까, 시란 나는 누구이기에 “이제니가사람된다”라고 누군가가 갈긴 메모를 “이제 니가 사람 된다”와 “이제니가 사람 된다”로 갈라 읽으며 낄낄대고 앉았나, 웃긴 걸 좋아하는 나. 웃긴 사람을 편애하는 나. 누군가 더럽게 웃긴 년이라고 할 때 그 말을 칭찬으로 알아먹는 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엄마 친구가 닭집을 개업했을 때 애들은 그런 데 가는 거 아니다 하는데도 시루떡 쪄서 가는 엄마 손 모자라다며 엄마 지갑 들어주겠다는 명목으로 거길 졸졸 따라간 데는 체인점 홍보대사가 코미디언 엄용수라는 얘기를 미리 들어서였다. 그때 그 시절 코미디와 개그의 차이를 아는 정의로 엄용수는 연기란 걸 했을까. 알았던들 우리에게 설명할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겠겠지.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에서 김형곤과 함께여야만 무대가 무대였겠지. 코미디언 엄용수를 사이에 두고 양옆에 앉아 사진을 찍은 엄마와 아줌마는 1952년생 용띠. 사진 뒷장에 엄용수 아저씨와 함께라는 메모는 둘 중 누가 쓰신 거라니. 이제 와 검색해보니 엄용수는 1953년생 뱀띠. 그러고 보면 1988년 10월 17일에 찍힌 이 사진은 어쩌다 31년이나 흘러 파주 사는 내 집 건넌방 서랍에서 내가 다닌 인천남부초등학교 졸업 앨범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게 된 걸까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문학과지성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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