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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리샤] 낙타와 눈곱/김애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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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17회 작성일 2022-02-26 23:49:3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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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와 눈곱/김애리샤


나는 당신의 눈곱이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아무도 모르는 사이 당신의 눈꼬리에 달라붙어 기생하기로 했죠
그곳은 왜 그리 어이없이 황량하게 버석거리며 축축한지
낙타의 눈물을 본 적이 있습니까

사막에선 밤과 낮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요
검은색과 흰색의 구분이 사라지면 그뿐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사람의 새벽에서 나는
당신이 파 놓은 발자국득을 차근차근 밀며 걸어가요
낙타의 등은 생각보다 물컹한 눈물샘입니다

당신이 바랑이었는지, 바람이 당신이었는지 분명치 않아서
바람이 지나는 자리에는 항상 온도의 차이가 생겨나요
그 자리에 남겨진 나는 어떻게 오래된 온도일까요
그래서 낙타는 언제난 무릎을 꿇고 짐을 내립니다

당신과 나의 온도 차이만큼 얼음 알갱이들이 무질서하게 생겨나요
그것들이 자라나면서 우리의 경계는 모호해지고요
속눈썹이 짧은 나는 눈을 깜빡이는 버릇을 가지고 있어요
깜빡일 때마다 미세한 얼음 조각들이 반짝이며 흘러다녀요
낙타는 눈이 크고 속눈썹이 길엇 구차하게 아름다운걸까요

나는 수없이 많아지며 당신에게 기생하려 애써요
일교차가 큰 사막에선 낙타도 빙하기를 꿈꾸며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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