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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리샤] 앵무새 되기/김애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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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25회 작성일 2022-02-26 23:49:0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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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되기/김애리샤


밤도 아니고 아침도 아닌 미묘한 시간에
원근법은 사족입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고 싶은 욕망으로
아직 잠들어 있는 당신의 엄지발가락을
빨아 봅니다
큐비즘 시대의 그림들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빨아 봅니다
꿈틀거리는 발가락 때문에 공연히 나는
앵무새를 노려봅니다
실눈을 뜨고 있던 앵무새는 고의로
혀를 굳히고요

백목련 꽃잎들을 이어 붙여 만든 이불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색될진 모르지만
변색이 시작되는 그 지점은
꽤나 매력적일 겁니다
원근법이 필요 없는 미묘한 시간처럼
자연스럽게 흐려지는 경계는 작품이 될 확률이
큽니다
그러니 각종의 색깔로
나를 덧칠해 주시면 됩니다

저를 그려 주세요
조각조각 나눠서 펴집해 주세요
머리에 발을 붙이고 혀 위헤 사타구니를 이어 붙이고
가슴과 엉덩이 위엔 각각의 손가락들을 올려 주세요
눈과 귀와 입은 필요 없습니다
평면적으로 해체하고 편집하기를 반복하면 됩니다

내가 완성작이 되어 갈수록
당신의 엄지발가락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나를 지켜보던 앵무새가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내 목소리를
나처럼 말하기 시작합니다

[이 게시물은 이창민님에 의해 2025-03-31 14:35:58 김애리샤의 시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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