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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숙] 이명/황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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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81회 작성일 2022-02-19 23:21: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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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황정숙
 
자정이 넘어 문단속을 마치고 자리에 눕는다
고요를 밟고
귓속의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 소리
가깝게 들렸다 멀어지는 소리로 흐르는 길
돌아가는 것은 다 전원을 꺼버렸는데

귀는 쉼 없이 소리를 재생한다

어떤 소리에도 나는 귀를 열고 싶지 않은데

문득, 고막을 찢듯 다가오는 굉음이

저벅저벅 귓속에서 걸어 나온다.

젊은 시숙을 부평 화장터로 들여보냈던

문밖에서 울어대는 조카 셋을 품에 안았던


그날부터였나
내 몸에 집을 짓고 사는지
때론, 불청객으로 뛰쳐나와 삼 일 밤낮을
양철지붕에 빗방울 떨어지듯
딱따구리 나무 속을 파 내려가듯
달팽이관을 두드리고 찌르는 통증
머리칼을 바늘처럼 세우고 턱관절을 깁는다.
이승을 빠져나가지 못한 영혼의 옷자락 소리
강약조절 센서의 엉킨 회로처럼
끝없이 되감기고 풀리는 소리의 메아리

귀를 손가락 끝으로 막으면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 소리 희미해진다
귀는
소리의 풍요 속에 고요의 빈혈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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