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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숙] 잔 속의 바다/황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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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89회 작성일 2022-02-19 23:16: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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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속의 바다/황정숙

달이 바다를 잡아당기면
겹겹의 물길이 달려나간 만큼
사방에서 끌려와 거품으로 사라지는 파도
도시가 바다를 끌어당기면
자동차 엔진이 끓어오르고
여자들의 오장육부가 끓어오르고
그 곁에 남자의 서늘해진 가슴에서도 끓어오르고

유리잔 속에
거품이 끓는 여자 안의 바다
냉각수처럼 바다는 닫힌 채 폭발한다
거품이 거품을 뒤덮어도
안과 밖이 뒤섞이지 않는다

바다가 달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놓으면
머리카락 뽑힌 달이 하늘로 튀어오르듯
끊어질듯 당겨진 세상의 활시위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배가 되어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 사이로
그 파도를 타고 아스팔트를 달리는 사람들 사이로

잔이 입술을 잡아당기면
단숨에 들이킨 만큼
어둠을 발효 중인 거품
끓어오르는 잔 속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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