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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숙] 텅 빈 입이 부르는 허기/황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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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07회 작성일 2022-02-19 23:14: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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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입이 부르는 허기/황정숙

포크레인이 엉킨 쓰레기를 푸딩처럼 떠낼 때마다
폐수 속에 거꾸로 박힌 아파트가 출렁인다
온종일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

식탁은 진부했다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거나
수없이 허공에 원을 그리는 동안에도
계속 커지는 텅 빈 위장

시커먼 모래알, 깨진 유리, 뒤엉킨 비닐 조각들
끝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에 미처 닿지 못할 것들을 또 하나 문 것 같은

어느새 공복이 구덩이를 무덤으로 만들었는지 모르는 일

공복과 허기가 제 몸을 구덩이 속에 처넣는다
지금까지 먹은 모든 것들이 제 몸이었다고, 그래서 어쩌라고

포크레인은 한 자리에서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텅 빈 입이 부르던 허기는
제 그림자까지 삼키고도 멈출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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