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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숙] 폐타이어/황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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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76회 작성일 2022-02-19 23:11:4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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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타이어/황정숙

다리와 다리를 포개고 햇빛을 먹고 있는 여자의 몸에는
돌과 아스팔트에 닿았던 자리가 드문드문 움푹 들어가 있다
막, 구름에서 벗어난 쾌청한 하늘처럼
바람이 살짝 흔들면 당장에라도 어디론가 떠날 것 같은

외과 병동 613호 적요가 여자의 신발을 신고 산책을 나왔다
절뚝이며 다가서는 그림자가 남은 지문을 없앤다
증거를 남길세라 삐꺽거리는 무릎이 앞서 간다

저만큼 소나무 가지 끝에서 매미 한 쌍이 대차게 울어댄다
그 팽팽한 울음에서 근육이 풀어져 비틀거리던 여자의 그림자가 빠져나오고
눈길이 깊어진 곳마다 지문은 선명하다

여자는 몸 밖에 있던 그림자를 안으로 불러
축 늘어진 근육에 바람을 넣고 한참 본다
폐타이어를 빵빵하게 채운 허공이 여자의 등에서 미동도 없이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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