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숙] 붉은 오전의 풍경-황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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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오전의 풍경/황정숙
매미가 오전을 흔드는 바람에
횡단보도가 빨갛게 깨어나고 있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신호를 기다리던 도로가 시끄러워진다.
잠시 열구름에 갇혔던 태양이 풀려나고
그 신호대기가 도로를 가로지르던 바퀴에 짓눌리고
편도 한 켠이 소요 밖으로 나가려고 으르렁거린다.
붉은 신호등은 사고가 났던 시간에서 멈추어있다
도로망처럼 뻗어 나가는 불안이
내딛지 못한 보폭 몇 옮기려다 중심을 잃은 맨발이 삐긋 엇나가고
허공이 입을 크게 벌려 소음 가득한 귓속까지 빨아들인다.
신호대기 중
그날 그 자리의 교통사고를 기억하자
감긴 실뭉치가 굴러가듯 울음이 사이렌 소리로 풀린다.
바퀴만 보아도 주춤거리는 기억들을 챙기려는 듯
비워진 귀가 더위를 피해 나뭇잎 속으로 기어들고
안에 있던 비명을 힘껏 밖으로 몰아낸다.
매미가 온 후
여름 날씨가 더 뜨거워진 것도 울음 캡슐이 햇빛을 농축시켰기 때문이다.
횡단보도에 묻어 두었던 불안을 앞질러 오전은 달려간다.
매미가 오전을 흔드는 바람에
횡단보도가 빨갛게 깨어나고 있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신호를 기다리던 도로가 시끄러워진다.
잠시 열구름에 갇혔던 태양이 풀려나고
그 신호대기가 도로를 가로지르던 바퀴에 짓눌리고
편도 한 켠이 소요 밖으로 나가려고 으르렁거린다.
붉은 신호등은 사고가 났던 시간에서 멈추어있다
도로망처럼 뻗어 나가는 불안이
내딛지 못한 보폭 몇 옮기려다 중심을 잃은 맨발이 삐긋 엇나가고
허공이 입을 크게 벌려 소음 가득한 귓속까지 빨아들인다.
신호대기 중
그날 그 자리의 교통사고를 기억하자
감긴 실뭉치가 굴러가듯 울음이 사이렌 소리로 풀린다.
바퀴만 보아도 주춤거리는 기억들을 챙기려는 듯
비워진 귀가 더위를 피해 나뭇잎 속으로 기어들고
안에 있던 비명을 힘껏 밖으로 몰아낸다.
매미가 온 후
여름 날씨가 더 뜨거워진 것도 울음 캡슐이 햇빛을 농축시켰기 때문이다.
횡단보도에 묻어 두었던 불안을 앞질러 오전은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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