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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숙] 붉은 오전의 풍경-황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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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05회 작성일 2022-02-19 23:10: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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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오전의 풍경/황정숙

매미가 오전을 흔드는 바람에
횡단보도가 빨갛게 깨어나고 있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신호를 기다리던 도로가 시끄러워진다.
잠시 열구름에 갇혔던 태양이 풀려나고
그 신호대기가 도로를 가로지르던 바퀴에 짓눌리고
편도 한 켠이 소요 밖으로 나가려고 으르렁거린다.
붉은 신호등은 사고가 났던 시간에서 멈추어있다
도로망처럼 뻗어 나가는 불안이
내딛지 못한 보폭 몇 옮기려다 중심을 잃은 맨발이 삐긋 엇나가고
허공이 입을 크게 벌려 소음 가득한 귓속까지 빨아들인다.
신호대기 중
그날 그 자리의 교통사고를 기억하자
감긴 실뭉치가 굴러가듯 울음이 사이렌 소리로 풀린다.
바퀴만 보아도 주춤거리는 기억들을 챙기려는 듯
비워진 귀가 더위를 피해 나뭇잎 속으로 기어들고
안에 있던 비명을 힘껏 밖으로 몰아낸다.
매미가 온 후
여름 날씨가 더 뜨거워진 것도 울음 캡슐이 햇빛을 농축시켰기 때문이다.
횡단보도에 묻어 두었던 불안을 앞질러 오전은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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