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기형도 > 추천시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646
어제
667
최대
3,544
전체
297,532
레몬은시다
추천시

[기형도] 가을에/기형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080회 작성일 2022-03-09 14:05:34 댓글 0

본문

가을에/기형도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음성을 만들어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울어볼까.
찬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