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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내 얼굴에 똥을 싼 갈매기에게/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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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4회 작성일 2025-06-27 18:55: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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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에 똥을 싼 갈매기에게/정호승

고맙다 나도 이제 무인도가 되었구나
저무는 제주바다의 삼각파도가 되었구나
고맙다 내 죄가 나를 용서하는구나
거듭된 실패가 사랑이구나
느닷없이 내 얼굴에 똥을 갈기고
피식 웃으면서 낙조 속으로 날아가는 차귀도의 갈매기여
나도 이제 선착장 건조대에 널린 한치가 되어
더 이상 인생을 미워하며 잠들지 않으리니
나도 한번 하늘에서 똥을 누게 해다오
해지는 수평선 위를 홀로 걷게 해다오

-  『포옹』(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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