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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 가벼운 것들/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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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8회 작성일 2025-04-10 21:07: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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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것들/조은​

대문을 여는 내 얼굴을 때리며
하늘에서 비처럼
매미가 떨어졌다
생을 다해 가는 매미의 몸은
상한 곳이 없다
집 근처 숲엔 아직도
힘겹게 벗은 허물이 그대로 있는데
매미가 가볍게 놓아주고 있는 세계에서
몸도 마음도 무거운 나는
삶을 수정하거나 버리려 할 때마다
상처를 남겼고, 아프고 슬펐다

가벼운 것들에게는 하나같이
미련 없이 등진 거대한 관념이 있다

- 『따뜻한 흙』(문학과지성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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