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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그리운 이리중학교/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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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회 작성일 2025-04-18 08:54:5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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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이리중학교/안도현

교문 앞 문방구에 1학년들 아침 새떼로 왁자그르르 내려앉는 소리
뛰어가다가 인사하고 다시 내달리는 발자국 소리
자전거 페달 밟는 소리 바큇살이 바람을 감는 소리
복도에서 뒤엉키는 소리 찬란한 난장판 만드는 소리
교장 선생님 지시사항 줄줄이 지시하는 소리
접혀진 출석부같이 돌아서서 선생님들 불평하는 소리
숙직실 앞 산당화 화들짝 꽃잎 여는 소리
서무실 아가씨 타자 치는 소리 동전 거슬러주는 소리
수업 시간을 절반으로 뚝 자르며 달리는 기차 소리
호통치는 소리 훌쩍이는 소리
책 읽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찰흙처럼 말랑한 종아리에 차륵차륵 매 맞는 소리
아이들 쑥쑥 키가 크는 소리
체육 선생님 목에 달린 호루라기 소리
담배 피우다 교무실에 잡혀와 귀싸대기 맞는 소리
몰래 담 넘어가다 붙들려와 손바닥 싹싹 비는 소리
좁은 직원 변소에 쭈그려 앉아 힘쓰는 소리 한참 있다가 선생 똥 떨어지는 소리
흐린 날 분필 뚝뚝 부러지는 소리
하늘 속으로 축구공 차올리는 소리
운동부 학생들 칠면조같이 악쓰는 소리
유리창에 매달린 붉은 저녁놀이 보채는 소리
심야 자율학습 감독 선생님 짜장면 후룩후룩 먹는 소리
형광등에 모기며 나방들이 날아와 붙는 소리
퇴근하고 전교조 사무실로 향하는 선생님들 발소리
적막 속으로 먼동 트는 소리

- 『외롭고 높고 쓸쓸한』(문학동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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